170개국 세계젊은이들의 축제광주유니버시아드

2015. 07.02(목) 20:07
김명곤 <배우, 전 문화관광부장관>
170개국 세계젊은이들의 축제광주유니버시아드
전통’의 지하수 퍼 올려‘창조’의 강물 넘치게 하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통해서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친환경’, ‘평화’, ‘기술’, ‘문화’의 숲에서 씨앗을 따다가 땅속에 묻으려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먹이가 안 되더라도 그들이 빛고을 광주 여기저기에 심어 놓은 씨앗이 어느 곳에서 눈을 터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엄청난 풍요를 물려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통이란 한 민족의 삶이 갖는 형식과 내용을 규정짓는 공동체의 유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전통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단절되기도 하고, 비틀어지기도 하면서 심각한 좌절을 겪었다. 거대한 현대문화의 틈바구니에서 전통예술의 영역은 갈수록 축소되고 위축되기만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창작의 원천으로서 전통 예술의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전통예술은 창조의 원천이고 영감의 보고이다. 그러나 전통은 땅속 깊이 숨어 흐르는 지하수와 같다. 이 지하수는 언어학, 신화학, 철학, 인류학, 심리학, 민속학, 역사학, 미학과 같은 인접 학문의 성과에 의해 땅속 깊이 파들어 간 뒤 문학, 음악, 체육, 공연 예술들에 의해 수맥이 발견되어 맑은 물이 솟아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 땅을 파고 들어가 얼마나 많은 창조의 샘물을 솟아오르게 하느냐에 따라 한 국가 혹은 한 민족의 문화 경쟁력이 결정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지하수를 발굴하느냐에 따라 우리 문화의 강물은 더욱 풍부한 수량을 갖게 될 것이다.

전통문화 속에는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을 이어온 이야기의 소재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 이야기들을 상상력의 힘으로 재발굴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종개량이 필수적이다. 전통문화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연극 등의 순수 공연예술, TV드라마, 캐릭터, 게임, 애니메이션, 기타 엔터테인먼트 산업 또는 한류 산업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전통은 과거 회귀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 우리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전통과 IT산업, 전통과 영상산업 이런 것들이 어떻게 연결이 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창의적 문화콘텐츠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 창조산업의 발전가능성은 매우 높다. 초고속통신망, 이동전화 등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통신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해낼 수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창작소재, 창의력·상상력이 뛰어난 국민성과 전문인력 등을 갖추고 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가 되면서 ‘개미와 베짱이’에 대한 여러 나라의 버전이 생겼다. 일본판은 베짱이가 개미를 찾아간다. 문을 두드려도 아무 답이 없어서 봤더니 개미가 과로사로 죽어 있었다. 러시아판은 베짱이 동지와 개미 동지가 ‘우리 모두 나누어 먹읍시다.’하고는 둘이 함께 먹고 봄이 되자 먹을 것이 바닥나 모두 굶어 죽었다. 미국판은 개미가 ‘내가 벌어 놓은 것을 나누어 줄 수 없다.’며 베짱이를 내쫓았고 베짱이는 그 슬픔을 노래로 표현하였는데, 그 노래를 음반기획자가 듣고 음반을 내서 대박이 났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개미와 베짱이’의 해석이 변하였다. 개미는 근면하고 성실한데 베짱이는 놀고먹으니 나쁘다는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열심히 일만하는 개미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베짱이는 전 세계의 문명과 부를 좌지우지하는 리더가 되고 있다. 조직 속에서 기존의 가치관에 충실한 일을 하는 직업형을 개미형 직업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능력으로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직업을 베짱이형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전형적인 개미형 사회였다. 이제 개미와 베짱이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고, 세계문명의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위한 창의적 전통문화 핵심전문인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가 바로 우리사회의 과제가 되었다.

<도시와 창조계급>의 저자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적인 인재들이 모여들어 그 잠재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도시만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창조적 인재들을 유인하는 일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장기간에 걸친 계획과 투자와 실천이 있어야 가능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에만 급급하거나 일회적인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거나 해서는 제대로 이루기 힘든 과제이다.

다람쥐는 가을에 밤, 호두, 도토리 같은 먹거리를 따서 여기저기 땅 속 깊숙이 묻어 둔다고 한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먹으려는 본능이다. 그런데 자신이 묻어 둔 곳을 잘 잊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 씨가 눈이 터서 나무로 자라는데 그 나무가 결국은 후손들을 위한 먹이를 제공하게 된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통해서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친환경’, ‘평화’, ‘기술’, ‘문화’의 숲에서 씨앗을 따다가 땅속에 묻으려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먹이가 안 되더라도 그들이 빛고을 광주 여기저기에 심어 놓은 씨앗이 어느 곳에서 눈을 터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엄청난 풍요를 물려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170여개 국가에서 찾아 올 소중한 젊은이들에게 아놀드 토인비의 멋진 말을 선사하고 싶다. “창조하는 힘의 신성한 섬광은 아직도 우리 안에 살아 빛나고 있다.”

교육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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