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지나간 자리*

정윤천

강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서 두 살 때 죽은 애기 울
음소리가 응애 응애 들려왔듯이 앞 물결의 자리로는
뒷 물결이 와서 채워 주었듯이 시가 지나간 자리에는
시가 떠나가지 않고 고여 있어요 손톱이 자라고 아카
시아 비누 냄새가 희미하게 배인 긴 머릿결 한 단이
흩날리며 있어요 다른 것이 지나갔던 자리와는 견줄
수 없어요 당신이 지나갔던 자리처럼 그래요.

*강대선 시인의 시 칼럼 제목

정윤천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중에서

시인 소개
전남 화순 출생.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1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등이 있으며 시화집『십만 년의 사랑』을 펴냈다.
광주 전남 작가회의 부회장
계간 『시와 사람』의 편집주간 등 역임.
은행나무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등 수상

이영지 기자 psw4488@naver.com        이영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