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산 몽돌 해변에서

양우식

철석!
달려온 파도는 큰 입 벌려 크고 작은 돌을
가득 물고 와그르르 굴려 댑니다.

물고 뱉고, 뱉고 물으며
바다의 혀로,
다듬어놓은 아픔 스르렁거리는

그 모단 돌 다듬기 위해 달려왔을 파도와
모나지 않기 위해 구르고 굴렀을 돌처럼
나의 삶을 위해 얼마나 굴렀을까요
거침없이 달려왔을까요

살아간다는 것
무엇을 이룬다는 것
고통 없이 이루는 것 없다고
철썩이며 일깨워줍니다.
와그락 거리며 얘기합니다.

삶의 한편에서 아파하고 방황할 때도
온몸을 사정없이 구르고 채찍에 맡기며
깍이고 씻김 견디었다고
돌돌거리며 말해줍니다.

나는 무슨 돌이었을까요

날 세우고 달려드는 뾰족 돌은 아니었는지
구르기 싫어하는 납작 돌은 아니었는지
상처만 주고 가는 모난 돌 아니었는지

철썩이는 파도에 물어봅니다
하늘 닿은 수평선에,
내 안의 나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몽돌이 되기 위해
다듬어지기 위해

양우식 시집 『대충 살면 어때서』중에서

시인소개
전북 완주군 삼례 출생
한국 문학예술 동시부문 등단
대한문학 수필부문 등단
대한문학 시 부문 등단
행촌수필 사무국장 역임
대한문학 작가회 이사
전북수필 회원
전북 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그래도 소중한 날들」

이영지 기자 psw4488@naver.com        이영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