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목) 18:10
학력 책임에 대한 초·중등과 대학 교육의 차이 김승호∥교육성장연구소 대표·前 함평교육장 |
| 2017. 12.28(목) 09:29 |
12월은 어느 조직에서나 지난 1년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고 동시에 새로운 1년의 계획을 수립하는 달이다.
평가는 담당하는 업무 중에서 조직의 존재 목적과 사회적 기대가 반영된 주요 업무를 선정하여 자체 또는 외부 평가로 실시된다.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따른 자체 평가가 본질적으로 중요하지만 다른 조직들과의 상호 비교를 통해 순위가 나오는 외부 평가도 부담되는 만큼이나 효과가 있다. 외부 평가를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조직의 장단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이나 우수한 업무의 지속적인 유지 방안이 새로운 계획에 포함될 때 조직은 발전할 수 있다.
교육계에서, 특히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12월은 평가 결과에 긴장하는 달이다. 매년 교육부의 시·도 교육청 평가,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 그리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7개 시·도의 순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인 것이다. 올해 우리 지역 교육계는 시·도 교육청 평가 결과는 만족할 수준이지만, 청렴도 평가 결과는 전반적으로 또는 특정 영역에서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계이기에 청렴도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교육의 핵심인 학력에 관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지난해까지 첨예한 관심거리였지만 올해부터는 순위가 사라져 모두 관심이 없다.
초·중·고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 확보 여부를 정확하게 알려주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등학교 6학년 대상의 경우 2013년에 폐지되었고, 금년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전체 학생 대상으로 6월 20일 실시가 예정되었으나 교육감협의회의 건의로 6일 전인 6월 14일 전격 취소되어 표집으로 실시되었다.
11월 30일 평가 결과가 나왔고,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고생들이 늘었다는 뉴스가 일부 언론에서 잠간 보도되었다. 평가 결과 순위보다 더 중요한 모든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 보장을 위한 개선 대책이 반영된 교육계획 수립 및 실천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올해부터 시·도별로, 학교별로 파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기본학력 보장을 위한 국가수준, 시·도 지역단위, 그리고 학교의 노력이 약화되지는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육정책의 추진 방향은 이와 관련하여 우려할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교육부장관과 교육감협의회장의 공동의장 체제로 운영되는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통해 교육부는 학생건강과 안전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초·중등학생들의 학력에 관한 정책의 책임에서 교육부는 손을 떼는 것 같다. 교육자치의 시작과 완성을 학교자치로 여기고 있는 진보교육은 학력보다는 교육권한 배분에 관심이 더 크다.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등 자치조직의 법제화,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권, 교사의 수업교재 제작 및 평가권, 학교장 선출권, 부당한 행정명령 거부권 등에 관심을 둔다.
현재 국가와 지역 수준에서 초·중등학교 교육자치를 주도하는 책임자들의 공통분모는 진보교육론자라는 점이며, 대학교육 체제에 익숙한 교수 출신이다. 학력에 관한 입장에서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차이를 한번쯤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나는 여러분의 교사가 아닌 교수입니다. 대학교수와 초·중·고 교사는 다릅니다. 이제까지 교사들은 여러분을 지도하시면서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는 보충해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교수는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에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학습은 여러분 자신의 책임입니다. 나는 여러분을 지식의 샘으로 안내할 뿐 여러분이 많이 마시든지 약간 목만 축이든지 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러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고,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증거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의 학력 결과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낙제를 하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학생의 책임입니다.”
이는 초·중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 간의 차이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미국 휴스턴대 철학과 교수이며 작가인 케이스 파슨즈(Keith M. Parsons)의 말이다. 그가 담당하는 철학 강의의 첫 시간에 안내하는 내용으로서 ‘신입생들이 알아야 할 대학(Message to My Freshman Students)’의 제목으로 2015년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이다.
파슨즈 교수는 학생들에게 대학 공부에서 학생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초·중·고 시기에는 학생 못지않게 교사의 지도 노력, 평가를 통한 확인 그리고 학업성취 결과에 대한 교사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은 분명 차이가 많다.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넘어 고등학교까지는 거의 100퍼센트 학생들이 진학하지만, 대학진학은 선택적이다.
의무교육에서는 부모에게 자녀의 학교진학 의무를 부과하지만 대신 국가가 교육비를 지원한다. 대학교육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시험을 거쳐 선택받아야 진학할 수 있고, 연간 1천만 원 정도에 이르기까지 거액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에서는 공부해야할 내용인 교육과정도 공통과정을 중심으로 매년 10여개 과목이 의무적으로 주어진다. 학생이 전공계열과 전공과정 중심으로 4-5개 교과를 선택하여 수업받는 대학과는 전혀 다르다.
아울러, 의무교육에서는 공통으로 배우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 습득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국가에 있다. 모든 학생들이 일정 수준 확보해야 할 공통적인 내용을 기초·기본학력이라 부른다.
앞에서 보통교육을 담당하는 초·중등교육과 전문화된 대학의 고등교육 간 차이를 말했던 파슨즈 교수가 교사의 지도, 평가 과정을 거쳐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 지식은 기초·기본학력일 것으로 여겨진다.
초·중등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임져야 할 필수적인 지식인 기초·기본학력을 우리의 학교에서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에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며, 교과서를 읽어도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의 학년에서 배워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교사들은 그들을 평가하고 확인하여 책임지고 보충해 주어야 하는 의무를 포기해 버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멋있는 구호로 가득찬 진보교육, 학생의 학력 책임을 강조하는 이상적인 대학교육이 초·중등교육의 안타까운 학력 저하 현실에 어떻게 접목되면 좋을까.
평가는 담당하는 업무 중에서 조직의 존재 목적과 사회적 기대가 반영된 주요 업무를 선정하여 자체 또는 외부 평가로 실시된다.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따른 자체 평가가 본질적으로 중요하지만 다른 조직들과의 상호 비교를 통해 순위가 나오는 외부 평가도 부담되는 만큼이나 효과가 있다. 외부 평가를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조직의 장단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이나 우수한 업무의 지속적인 유지 방안이 새로운 계획에 포함될 때 조직은 발전할 수 있다.
교육계에서, 특히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12월은 평가 결과에 긴장하는 달이다. 매년 교육부의 시·도 교육청 평가,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 그리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7개 시·도의 순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인 것이다. 올해 우리 지역 교육계는 시·도 교육청 평가 결과는 만족할 수준이지만, 청렴도 평가 결과는 전반적으로 또는 특정 영역에서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계이기에 청렴도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교육의 핵심인 학력에 관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지난해까지 첨예한 관심거리였지만 올해부터는 순위가 사라져 모두 관심이 없다.
초·중·고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 확보 여부를 정확하게 알려주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등학교 6학년 대상의 경우 2013년에 폐지되었고, 금년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전체 학생 대상으로 6월 20일 실시가 예정되었으나 교육감협의회의 건의로 6일 전인 6월 14일 전격 취소되어 표집으로 실시되었다.
11월 30일 평가 결과가 나왔고,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고생들이 늘었다는 뉴스가 일부 언론에서 잠간 보도되었다. 평가 결과 순위보다 더 중요한 모든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 보장을 위한 개선 대책이 반영된 교육계획 수립 및 실천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올해부터 시·도별로, 학교별로 파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기본학력 보장을 위한 국가수준, 시·도 지역단위, 그리고 학교의 노력이 약화되지는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육정책의 추진 방향은 이와 관련하여 우려할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교육부장관과 교육감협의회장의 공동의장 체제로 운영되는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통해 교육부는 학생건강과 안전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초·중등학생들의 학력에 관한 정책의 책임에서 교육부는 손을 떼는 것 같다. 교육자치의 시작과 완성을 학교자치로 여기고 있는 진보교육은 학력보다는 교육권한 배분에 관심이 더 크다.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등 자치조직의 법제화,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권, 교사의 수업교재 제작 및 평가권, 학교장 선출권, 부당한 행정명령 거부권 등에 관심을 둔다.
현재 국가와 지역 수준에서 초·중등학교 교육자치를 주도하는 책임자들의 공통분모는 진보교육론자라는 점이며, 대학교육 체제에 익숙한 교수 출신이다. 학력에 관한 입장에서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차이를 한번쯤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나는 여러분의 교사가 아닌 교수입니다. 대학교수와 초·중·고 교사는 다릅니다. 이제까지 교사들은 여러분을 지도하시면서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는 보충해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교수는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에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학습은 여러분 자신의 책임입니다. 나는 여러분을 지식의 샘으로 안내할 뿐 여러분이 많이 마시든지 약간 목만 축이든지 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러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고,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증거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의 학력 결과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낙제를 하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학생의 책임입니다.”
이는 초·중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 간의 차이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미국 휴스턴대 철학과 교수이며 작가인 케이스 파슨즈(Keith M. Parsons)의 말이다. 그가 담당하는 철학 강의의 첫 시간에 안내하는 내용으로서 ‘신입생들이 알아야 할 대학(Message to My Freshman Students)’의 제목으로 2015년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이다.
파슨즈 교수는 학생들에게 대학 공부에서 학생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초·중·고 시기에는 학생 못지않게 교사의 지도 노력, 평가를 통한 확인 그리고 학업성취 결과에 대한 교사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은 분명 차이가 많다.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넘어 고등학교까지는 거의 100퍼센트 학생들이 진학하지만, 대학진학은 선택적이다.
의무교육에서는 부모에게 자녀의 학교진학 의무를 부과하지만 대신 국가가 교육비를 지원한다. 대학교육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시험을 거쳐 선택받아야 진학할 수 있고, 연간 1천만 원 정도에 이르기까지 거액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에서는 공부해야할 내용인 교육과정도 공통과정을 중심으로 매년 10여개 과목이 의무적으로 주어진다. 학생이 전공계열과 전공과정 중심으로 4-5개 교과를 선택하여 수업받는 대학과는 전혀 다르다.
아울러, 의무교육에서는 공통으로 배우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 습득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국가에 있다. 모든 학생들이 일정 수준 확보해야 할 공통적인 내용을 기초·기본학력이라 부른다.
앞에서 보통교육을 담당하는 초·중등교육과 전문화된 대학의 고등교육 간 차이를 말했던 파슨즈 교수가 교사의 지도, 평가 과정을 거쳐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 지식은 기초·기본학력일 것으로 여겨진다.
초·중등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임져야 할 필수적인 지식인 기초·기본학력을 우리의 학교에서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수업 중에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며, 교과서를 읽어도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의 학년에서 배워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교사들은 그들을 평가하고 확인하여 책임지고 보충해 주어야 하는 의무를 포기해 버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멋있는 구호로 가득찬 진보교육, 학생의 학력 책임을 강조하는 이상적인 대학교육이 초·중등교육의 안타까운 학력 저하 현실에 어떻게 접목되면 좋을까.
교육연합뉴스
